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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 제조 일지 - 0

그리고 atproto와 먼지에 대한 단상

March 09, 2026

본디 2020년대의 풍류라면 뭐든지 그것을 위한 화이트페이퍼를 만드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나 또한 von의 개발 초기에 그런 것을 수차례 시도했다. 그런데 과연 이 시대의 우리가 백서와 선언문, 그리고 희망 사항을 구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토스터는 그 도구적 사물 자체가 어떻게 지각되는지,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화이트페이퍼가 된다. 따라서 순서가 중요한 것이다.

개발 초기에 무엇을 선언하든 전장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계획도 바뀐다. 이것을 두고 산 속의 차라투스트라와 자신을 착각하여 초기 사양과 최종 결과물의 차이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열심히 연설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초기 프레젠테이션을 불변의 상품에 대한 선물 거래로 생각하는 부성의 잔재나 메아리 같은 것들 정도다. 보르헤스와 틀뢰니언들의 말을 인용하건대 이는 부성이고 거울인데, 반복을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변화율이 불만이라면 변화율이 의미를 가지지 않은 x구간을 잡으면 된다. 그럼 이제 지금 이 순간의 von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von은 무엇인가? von은 아이슬란드어로 희망이다. 시규어 로스의 곡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유목 정원사들, 다른 말로 박테리아 고고학자들을 위한 아카이브 시스템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말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von은 AT protocol 위에서 구동되고 있다. 그러니 이 프로젝트가 atproto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대해 먼저 논해야 한다.

atproto는 네트워크 위 스웜 전술의 여러 양태들 중 하나인데, 그 전술교범이 어느 정도 강제된다는 면에서 몽골 제국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stegano). 그러니까 프로젝트로 atproto를 포획하는 것 자체로 서로가 강력한 분산성을 얻음과 동시에, 해당 프로젝트 또한 atproto에 포획되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하이어라키, 즉 잠재적 수목구조를 얻게 된다. 수많은 프로토콜이 그러한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atproto는 범용 SNS, 즉 무엇이든지 가능한 소셜 네트워크 프로토콜이라는 기묘한 것을 지향하기에 그 포획 능력은 가공할 만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세상 모든 것이 소셜 네트워크에 의해 전용된다는 것을 대담하게도 대전제로 삼아, 그 위에 재전용의 선들을 그리는 포식자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von이 결합되었다. von은 본디 독립 학술 출판을 위한 분산 아카이빙 플랫폼과 비슷한 무언가를 지향했다. 그리고 출판의 역사적 의미에 많은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 경직적인 리추얼의 겉모습을 모사하여 재전용하는 것을 시도했다. PDF에 대한 기이한 편향적 선호는 이러한 초기 구상의 잔재다.

그런데 방금 나는 "독립 학술 출판", 그리고 "분산 아카이빙 플랫폼" 이라고 했다. 이 둘이 어떻게 공존하는지에 대한 아포리아가 바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필수적 긴장과, (허세를 섞어 말하자면) 변증법적 움직임의 근원일 것이다. 왜냐하면 독립성이라는 것은 조금만 눈을 떼면 금세 원자화된 개인 또는 자기 파괴적 광기로 빨려 들어가는 까다로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셀프 호스팅과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많은 파생적 결과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분산은 어떠한가? 이 또한 다루기 어려운 것인데, 분산성의 여러 존재형식들 중 어떤 것이 전체주의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다롭고 거치적거리는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발견된 것이 레자 네가레스타니의 사이클로노피디아다. "먼지는 입자 되기 (0이 되기) 를 지향하는 동시에 습기에 이끌리는데 (먼지의 천수성), 이는 먼지가 생길 때 습기의 증발과 탈수 현상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독립 출판이라는 행위는 정주국가들의 ISBN에 힘입어 일종의 낭만을 획득했으나, 그것은 결국 거대한 것에 대한 갈망이 단초가 되어 머지않아 포획되는 결말을 내포한다.

그에 반해 네트워크가 가속시키는 개인의 극단적인 원자화는 결국 그 자체로 하나의 포자적 통일성을 획득하며, 먼지로 돌아가는 과정이 된다. ("고농도의 포자, 균일한 입자 크기, 응집을 일으키지 않는 저정전기성, 포자 표면의 복잡성, 이 모든 특성은 포자의 에어로졸화로 귀결된다.")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먼지가 그 나타나는 방식에 따라 공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공포는 자기 자신이 먼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원자화된 페르소나들, 그리고 LLM의 공허한 메아리와 자신이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됨으로써 발생한다.

파르사니는 "오로지 석유만이 중동의 먼지를 정착시킬 수 있다." 라고 선언한다. 그러나 먼지는 진정한 유목적 존재자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금세 자취를 감추고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환영적 지반, 일종의 가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침식되어 먼지로 돌아가는, 원자화된 행위자들을 전제한다. "먼지는 너무 뜨겁게 굳혀지고 너무 탈수되어 우주적 습기 또는 홍수를 갈망한다." 따라서 등장한 것이 atproto이며, 그것은 상술된 환영적 지반들이 그 가짜 국가를 투영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등기의 일종이다.

von의 원래 모습은 fediverse에 더 가깝다. fediverse는 환영적 지반보다 굳건한 토지 위의 서구적 연맹을 추구한다. golang으로 쓰인 과거의 von 바이너리는 IPFS에 접속하여 유저의 파일을 저장하고 그 CID를 테이블에 저장하고 호스팅한다. 그것은 다른 모든 인스턴스들이 선택적으로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가 투고한 원본 문서 (LaTeX, Typst) 를 PDF로 변환하는 것은 업로드 서버의 몫이다.

하지만 fediverse 또한 그 단기적 축소판인 과거의 von이 마주한 딜레마와 언젠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국가주의적 레토릭을 차용하여 기존의 SNS 체제와 대결할 것인가? 그러려면 activitypub 인스턴스들 간의 발견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고 인덱싱을 부분적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그것은 atproto와 사실상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각 인스턴스들의 발견 가능성을 다소 희생하여 폐쇄성을 지닌 로컬 커뮤니티를 구성한다면, 그 또한 에코챔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fediverse는 지금까지 이러한 선택지들 사이의 긴장을 적절히 조정하며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지만, 언젠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흩날리는 에어로졸의 연속체가 되어 입자-되기를 지향하는 먼지가 될지, 존재하지 않는 정주국가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재현하는 리인액트먼트를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유사-고향을 제공할지 말이다.

이 입자-되기가 ATmosphere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입자-되기를 추구하는 PDS의 설치와 같은 작업은 LLM의 존재로 인해 더욱 간단해졌고, 더 이상 폐쇄적 커뮤니티에게 읍소하며 방법을 묻지 않아도 된다.

최근의 정치적 사건들로 인한 ATmosphere 속에서의 Claude 등의 LLM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은 유목제국의 발흥을 암시한다. 지금까지의 프로토타이핑 기동성을 상회하는 어시스턴트을 이용한 개발을 통해, 온갖 것들을 제조한 뒤 그 중 AI slop들만 배제시킨다는 것은 유목제국의 정주국가에 대한 공격 방식과 놀랄 정도로 닮아 있다. 유목제국이 될지 노예가 될지는 자신의 언어 모델을 얼마나 훈련시키고 운영하는지, 즉 파르사니의 말을 빌리건대 우주의 습기에 대한 갈망을 어떤 방향으로 표면화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昴's avatar
昴
3w

ok so my LLM box is now ready to be run from 100% solar power

a framework desktop running from an anker solix c2000

the current use says 41W because it's booting right now, at idle it's about 15-20W and during active inference it's about 190W

따라서 von 또한 일시적 국가들의 환영, 즉 하이퍼스티션적 저널과 학회들의 창발을 유도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게 된다. standard.site의 lexicon을 지원함과 동시에 원본 파일들을 전부 IPFS로 호스팅하기. TAP 웹소켓 위에 흐르는 레코드들을 흡수하며 인스턴스간에 서로의 IPFS CID들을 Pinning해 주기. 그 문서들의 뷰어마저 IPFS 위에서 여러 가지 WASM html의 형태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 이것은 정말로 무언가가 존재하는 고정된 장소, 즉 많은 부성적 권위를 안심시켜 주는 통합 포털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다. 모든 것은 계속 흔들리며 흩어지다가, 새어 나오는 의외성의 석유 주변에 달라붙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중요한 것은 그 리듬에 얼마나 동기화되는가이다.

BwO는 땅속에서 썩으면서 꿈꾸는 석유다. 뽑아 올리는 순간 세계와 함께 연소하며, 뽑아 올려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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